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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혜 누리기

영화 '귀향'과 '동주'를 보고

먹먹해지는 영화들을 몇 주 상간에 봤다. 완전 내 스타일이 아닌 영화들이었다.


영화를 참 좋아한다. 영화 중에서도 신나게 달리고 날고 구르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래야 영화를 보고나서 후련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 아내와 함께 본 영화들은 전혀 달리지도 날지도 구르지도 않았다. 오히려 아내는 달리고 날고 구르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내가 보고 싶다고 해서 선택했던 영화였다. 그리고 왠지 꼭 봐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드는 영화들이었다.

 

'귀향'과 '동주'.

 

 

 


'귀향'은 정말 안보면 죄책감이 들것같았다. 그래서 봤다. 아무래도 근래에 3.1절이 있었고, 또한 정부가 일본과 위안부문제를 합의했다는데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있어서 였을 것이다. 영화를 이런 식으로는 잘 고르지 않았었는데, 봐야했다. 

영화는 이익을 낼 것 같지 않아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기부금과 여러 배우들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졌단다. 벌써 그 이야기가 뭔가 서글프게 한다.
결론적으로 귀향을 보면서는 나라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약한나라 백성들이 얼마나 비참한가를 알았다. 꽃다운 딸들이 그렇게 세상에서 버려지고 있는데도 어떤 보호도 하지 못하는 망국에 화가나고, 그렇게 나라가 망가지게 했던 어른들에게 화가 났고, 지금은 이제 내가 어른인데도 별로 세상이 변하지 않은 것 같아서 화나고 챙피했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세상돌아가는걸 보면 아직도 힘 꽤나 쓴다는 양반들은 하는짓은 여전한듯해서 더 화가난다. 건강하지 못하고 과격한 표현인줄 알지만 나오바리 빼앗길까 예민한 늙은 양아치들같다. 나쁜 양아치들...

 

'귀향'에 우울해졌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동주'를 본다.

사실 나는 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시험에 자주 등장하는 시는 오히려 싫어한다. 윤동주는 내 학창시절을 괴롭혔던 시를 쓴 사람인데, 도대체 그런 시를 쓰는 사람들의 생각과 삶이 궁금했다. 내가 늙어가나보다.

'동주'는 힘없는 시대를 타고난 젊음이 얼마나 아픈가를 이야기한다.
윤동주와 손몽규. 망국에서 태어났는데, 지혜롭고 건강하다는 것은 오로지 축복은 아니었나보다. 젊은이가 세상을 보고 꿈을 꾸고, 바꾸고자 노력하고, 시를 사랑하는 것은 너무나 아름답다. 젊음의 혜택이자 권리일 것이다. 그런데 망국에서는 지혜롭고 건강한 젊은이들이 나라를 생각하고 시를 사랑하면 않된다. 나라를 사랑하고 시를 사랑하는 댓가는 죽음이다.

세상이 다 미쳤을 때 똑바로 정신을 차리면 않되는 건가보다.

마지막의 손몽규와 윤동주가 일본순사의 취조문을 인정하고 서명하라고 하라고 할 때 손몽규와 윤동주의 반응이 날 숙연하게 만든다.

 

손몽규는 일본순사 앞에서 취조문의 조항대로 모두 행동으로 이루지 못한것이 분하다며 울면서 억울해서 서명을한다. 너무 분해서. 그리고 운다!

윤동주는 취조문처럼 살지 못해서 미안해서 서명할 수 없다며 거부한다. "이 시대에 태어나서 편안하게 공부하고 시를 쓰려 한 나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부끄러울 일이 아닌데. 동주는 미안해서 서명을 못하겠단다. 그리고 그도 운다!!

 

너무 처절하고 가여운 청춘들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른이 나도 내 아이들을 보면서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도 속으로 울었다.

 

그저,
내아들  내 딸은 절대 격지 않기를 기도한다.

너무 마음이 무겁다.


빨리 생각없이 뛰고 구르고 달리는 걸 봐야겠다.

내일부터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운단다. 싸움구경이나 가야겠다...